본문 바로가기
서평

방구석 뮤지컬 서평(방구석에서도 우아하게 뮤지컬을 즐기자)

by Yu&Jun 2023. 4. 9.
반응형

1. 방구석 뮤지컬 책을 선택한 이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표지에 있다. 일단 제목이 '방구석 뮤지컬'이다. 제목을 정말 흥미롭게 잘 지은것 같다. 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인데, 이 책에서는 책 제목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길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더라도 책 제목만 잘 설정하면 책이 잘 팔리기도 한다. '책을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라는 서양 속담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은 겉표지로 책을 판단한다. 짧은 시간 안에 내용까지 파악하긴 무리가 있으니 표지와 제목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뮤지컬은 비싼 티켓값으로 인해 나같은 서민이자 작고 소중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보러갈 기회가 드믈다. 특정 집단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뮤지컬을 집에서도, 방구석에서도 즐길 수 있다니 제목만 보고 책을 집어 들었다. 거기에 기가막힌 부제목도 있다. '감동과 희열을 주는 명작 뮤지컬 30편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힐링 에세이 여행서' 여기서 나의 구미를 당긴 표현은 '인문학적'이었다. AI시대 도래에 관한 책을 읽으면 종종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느낀다. 실용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다 너무나도 지루해서 인문학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창의성'이라든지, 'AI가 침투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 등 여러 부분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느꼈고 인문학 도서를 읽어볼까 했지만, 예상되는 지루함에 염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뮤지컬을 책 한권으로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인문학'적으로 해석까지 해준다니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2. 프롤로그

나는 책을  읽을 때 꼭 프롤로그를 읽는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 알고 읽으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는 이 책을 쓸 때 단순히 줄거리 파악을 돕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관객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썼다. "뮤지컬을 보러 가기에 앞서 작품을 미리 살펴본다면,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일을 넘어 무대 장치와 조명, 의상, 안무, 연출에 이르기까지 뮤지컬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리 정보를 파악하고 가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같은 공연은 이 세상에 없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달라지는 배우의 연기와 오케스트라의 화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스태프가 만들어내는 순간의 감동과 전율은 매번 색다른 공연을 만들어 낸다.'이다. 같은 공연은 없다는 말이 정말 인상깊었다. 생각해보면 뮤지컬 공연에서는 매번 배우도 달라진다. 각 배우는 자신만의 독특한 장점이 있다. 근엄한 왕처럼 부르는 배우가 있는 반면 감수성이 풍부한 여린 왕자처럼 부르는 배우도 있다.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3. 방구석에서 뮤지컬을 감상하다

목차를 살펴보고 내가 아는 곡이 몇 곡인가 찾아보았다. 일단 노트르담드 파리는 들어보았고, 맘마미아도 영화로 보았다. 빌리 엘리어트, 헤어스프레이,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총 6곡은 이미 아는 곡이었다. 확실히 읽는 동안 이미 아는 곡은 줄거리 이해가 더 잘 되었다. 이 책은 '1장 운명의 앞에서, 개척하는 인행', '2장 때로는 유쾌하게, 인생은 우리만의 것' 등 비슷한 맥락으로 곡이 묶여 있어서 좋았다.

 

내가 유일하게 본 뮤지컬은 노트르담드 파리다. 그래서 두번 읽었다. 중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선생님께서 노트르담드 파리를 보여주셨는데 너무 감명깊어서 나중에 꼭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직장인이 되고 어느 정도 문화적 소비를 할 여유가 생긴 뒤로 한국 배우들이 공연하는 노트르담드 파리를 보러갔다. 한국 배우들이 하는 공연도 정말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어로 듣는 노래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작년에 프랑스 배우들이 내한해서 보러갔는데 진짜 너무 감동적이었다. 처음 노트르담드 파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대성당들의 시대'라는 곡 때문이었는데, 공연을 본 뒤로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가 제일 좋아졌다.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줄거리를 읽으니 확실히 공연으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책으로 줄거리를 읽으면 이러한 점이 좋다. 

 

이책의 마지막 장에는 곡의 구성과 함께 QR코드가 나와있다. QR코드로 접속하면 뮤지컬 곡들이 플레이 된다. 정말 편한 세상이다. 읽고 듣고 읽고 듣고 하다보니 시간 여행을 해버렸다. 주말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푹 빠져서 읽고 들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읽고 들으니 소소한 행복이 따로 없다. 전반적인 곡 구성이 나온 점도 좋았다. 사실 내가 안 본 뮤지컬은 곡 구성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보았던 노트르담드 파리는 곡이 익숙해서 그런지 곡 구성에 눈이 갔다. 어느 곡이 어떤 서사를 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주말 하루를 순삭해버린 책이다. 읽고 듣고 보고. 목차를 보고 먼저 아는 곡을 파악해보았다. 그리고 그 부분의 책을 읽은 다음 QR코드로 뮤지컬을 보았다.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아는 곡을 듣는게 정말 집중이 잘 되었다. 집에서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다니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주말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