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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by Yu&Jun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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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읽어갈 수록 이 책이 다 끝나버릴까봐 걱정했을 정도로 읽는 내내 행복감을 주었다. 나는 남들보다 불안지수가 꽤 높은 사람이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예전에 한참 직장에서 힘들고 억울한 일이 있어서 정신과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검사했을 때 나온 결과다. 호르몬 문제로 인해 불면증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불안지수가 높다. 딱히 걱정할 일이 없기도 한데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도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책이 너무나도 위안이 되었다. 예전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 때 맥주나 와인을 마시곤 했다. 딱히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일시적으로 기분은 좋아졌던 것 같다. 앞으로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 마다 이 책을 다시 꺼내어 읽고자 한다.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15,000원이면 저렴한 맥주집에서 감자튀김과 맥주 한잔 정도 먹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그 돈으로 이 책을 읽는 편이 장기적으로도 단기적으로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눈물의 밤을 지새울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1. 불안한 날들을 위한 철학 저자 소개

이 책의 저자는 덴마크의 심리학과 교수다. 덴마크는 행복지수 1위 국가로 알려져 있다. GDP도 세계 33위로 풍족한 나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 경제적 풍요로움을 모두 갖춘 나라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덴마크에서 106주 연속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는 것을 보니 책 내용이 많은 가르침을 주는 듯 하다. '끊임없이 변화와 성장만 추구하는 삶을 살다 보면, 누구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일 불안한 날들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변화와 성장을 해야한다고 배웠다. 고 삼성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하다. 변화를 몹시도 추구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변화를 추구하여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게 되고 후발 주자였지만 세계 1위에 등극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학창시절부터 들어와서 그런지 무언가를 배우고 노력하는 삶을 살지 않을 때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렇게 가만히 시간을 보내도 될까? 나만 도태되지 않을까?

 

2. 줄거리

이 책은 스토아 철학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스토아 철학이라는 말은 윤리 시간에 한번 들어는 본 것 같다. 스토아 철학이란 고대 로마에서 노예 출신 철학자와 철인 황제가 함께 발전시킨 철학이라고 한다. 노예와 황제가 함게 발전시켰다니 참 모순적이다. 쉽게 말하면 안티 자기계발이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고 조금 불안전한 면이 있더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존엄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1)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라. (자아 중독 끊어내기)

처음 이 소제목을 보았을 때는 상당히 공감이 가지 않았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걸 추구해 나가는 삶. 이상적인 삶인데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불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려면, 우선 우리 안에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하는 조언이 '네가 진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잘 찾아보렴.'라는 말이다. 진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찾은 사람이 있는가? 보통의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나를 기준으로 떡볶이 먹기, 웃긴 유튜브 영상 보기, 푹신한 이불에 누워있기, 게임하기, 돈 마음껏 쓰기 등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문서 작성, 사무실 청소, 보고서 쓰기 등 직업과 관련된 사람은 없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직업을 나에게서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사람들을 불안해할 뿐이다. '심리학자 필립 쿠시먼은 오늘날 우울증이 유행하는 이유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착하고 진정한 자기를 찾던 사람들이 결국 내면 깊숙한 곳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삶의 의미를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하는데, 우리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굴국 모든게 삶도 관계도 나란 존재 자체도 부질없게 되고 만다.' 이 장의 마지막에서는 스토아 철학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절제가 나온다. 내면의 욕구를 잠시 접어두고 살짝 불편한 삶을 살아보는 것. 그것이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절제와 불편은 삶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2) 삶은 흠투성이라는 걸 받아들여라. (인생의 부정적인 면 인정하기)

이 장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기도 했고 와닿기도 했던 장이다. 삶이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 단점은 내 눈에는 더욱 커보이기 마련이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저자는 가장 경계해야할 태도로 '강요된 긍정'을 꼽는다. 일단 저자는 긍정주의에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람들에게 닥치는 온갖 문제의 원인을 외부 환경보다는 동기 부족이나 비관주의적 관점 등 개인의 부족함으로 돌리는 것을 문제라고 본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나를 화나게 하는 외부 원인이 있음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나의 관점을 원인 삼는 것은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을 것 같다. 개인의 행복이 외적 요인이 아니라 내적 요인에 달려 있다고 하면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 된다.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환경적인 외부 요인은 반드시 존재한다.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저자는 특히 큰 꿈을 꾸며 긍정적으로 사고하기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강요된 긍정을 가장 경계한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을 더 현실적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나의 능력을 더 크게 평가하는 강요된 긍정.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나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면 인간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긍정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투덜거리기다. 투덜댈 자유. 그것은 현실을 마주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일종의 인간적 존엄을 갖출 수 있다.

 

3) 때로는 과감히 '아니요'라고 말하라.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기술)

예스 철학을 되뇌며 최신 유행만을 좇다 보면, 스토아 철학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의 평화를 결코 얻지 못한다. 도태되고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길을 잃는다. 30여년간 노예로 혹사당하다가, 훗날 존경받는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두 단어만 마음에 새기면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집요함과 저항이다." 아니요라고 자주 말하지 못하겠다면, 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의심하고 망설이는 연습을 하라. 그럴 때는 예라고 말하는 대신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면 된다. 직장에는 가끔 엄청난 예스맨들이 있곤 한다. 웃는 얼굴로 그 많은 일을 다 하면서 정말 괜찮을까?싶다. 참 이상한 현실은 일을 잘할수록, 군말 없이 할 수록 다음에 더 많은 일을 주신다는 거다. 징징이, 투덜이는 일을 덜 준다. 이상한 업무 분장 방식이다. 나 자신을 위한다면 예 보다는 과감한 아니요가 좋다고 한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면 아니요라고 외쳐 보자.

 

4)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라. (우리가 진정 의지해야 할 것들)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은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우리 감정은 순식간에 변하곤 한다. 환경과 유행을 따라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끔 나도 나의 감정이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 바뀌어 곤란했던 적이 많았다. 자기 내면의 감정을 깊이 파고드는 것이 진정성으로 가는 길이라는 믿음은 환상이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을 조절하고 참아야 한다. 고삐 풀린 감정 표출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감정을 억제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특히 질투와 화, 멸시 같은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억제해야 한다. 사람은 일단 화를 터트리는 법을 배우고 나면, 갈수록 더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나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감정을 표현했던 일 치곤 후회하지 않은 일이 없다. 나의 감정을 모두 표현하고 나면 속은 시원했지만 수습하느랴 힘이 들었고 후회했다. 특히 그 감정이 화인 경우 엄청난 부끄러움이 찾아오곤 했다. 시뻘개진 얼굴로 소리를 질러가며 화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쓰럽기도 하고 참 보기 불편하다. 감정을 절제하면 속이 답답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다 표현하는 것도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니다.

누군가 우리를 모욕한다면 공격적 언사로 맞받아치는 것보다 유머로 대처하는 게 훨씬 멋지다. 최근 영국 가수 제임스 블런트는 없어 보이는 얼굴, 싹수 없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악플에 "게다가 융자도 없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함께 조롱하고 맞서 싸웠더라면 똑같이 불편한 사람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유머로 응수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테지만 감정을 조절하고 유쾌하게 받아친 점이 너무나도 멋지다.

 

5) 멘토를 좇는 대신 우정을 쌓아라. (건강한 삶을 위해 해야 할 일)

스토아 철학에서 중요한 건 시대에 맞춰 계속 나를 변화시키고 성공을 향해 내닫는 삶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다. 그래서 저자는 멘토를 만나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코칭을 받기 보다는 우정을 쌓으라고 권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철학자들은 모두 우정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한다. 기쁨과 슬픔을 함게 나누며 심지어 친구를 위해 나의 손해도 무릅쓸 수 있는 것이 우정이기 때문이다. 삶의 코칭화와 같은 인간관계는 서로 쓸모가 있을 때에만 유지되는 관계라고 한다. 코치와 제자의 관계. 계약이 끝난다면 더이상 유지되기가 어렵다. 당신의 진짜 친구는 당신이 그를 위해 행복을 바라는 사람, 당신에게 아무 이득이 없어도 기꺼이 도울 사람이다.

 

6) 소설을 읽어라.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도구)

가기가 누구인지 확실할 수 없는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자기계발 안내서에 매달리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자기계발서를 극도로 꺼려하고 지양한다. 하지만 독서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취미이므로 소설 읽는 것을 추천한다. 소설이 삶을 더 정직하게 그린다고 하는데 사실 100% 공감이 가진 않았다.

 

7) 당신이 뿌리내릴 곳을 찾아라. (매일 반복해도 좋은 일상을 만드는 법)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과거를 돌이켜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도덕적으로 문제없이 잘 살려면,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정체성의 뿌리를 찾을수 있는 곳이 바로 과거이기 때문이다. 7장에서는 주로 성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3. 책을 덮으며

사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100% 다 공감가는 것은 아니었다. 덴마크와 우리 나라의 문화적인 차이도 느껴졌고 100% 수용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만 몇 가지 와닿는 이야기들을 가슴에 새기고 살고자 한다.

 

1)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기 전에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어느 정도의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자 활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 배운다는 것은 때로 짜릿하다. 하지만 그것을 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불완전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자.

 

2) 약간의 절제와 불편을 겪으며 살자

다 갖춘 삶을 살기 보다는 스토아 철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약간의 절제와 불편을 겪으며 살고 싶다. 철마다 새 옷을 사고 최신 핸드폰을 사용하는 풍족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완벽한 풍요에서는 감사함에 무뎌질 것 같다. 어느 정도의 불편과 절제는 겸손한 자세로 삶을 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절제하고 부족한 삶을 살고자 한다.

 

3) 감정을 다 표현하며 살지 말자

요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지만 나 또한 감정을 절제하는 것에 더 공감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 표현은 하고 살아야 하지만 화를 내며 살고 싶진 않다. 화는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감정이고 화를 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화를 내는 순간 추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화를 낸다고 딱히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니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를 어떻게 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삶에 더 겸허해진 기분이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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